[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잘못된 삶’은 없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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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잘못된 삶’은 없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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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계절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표지 이미지 / 사진 = 사계절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다양한 기준을 통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평가한다. 인종, 키, 얼굴 생김새와 같은 타고난 신체적 조건이나 가정환경, 학벌 등으로 줄을 세우고 등급을 매긴다. 타인에 대한 평가 기준은 자기 자신을 평가 절하하는 이유와 직결된다. 우리는 이상향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한다. 난 뭐가 잘못된 걸까.

구별 짓기에 탁월한 문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소수성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외모로, 경제 형편으로, 내가 가진 장애로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내외부의 시선에 수시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스스로 의심하는 모두를 위한 저자의 적극적인 변론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저자가 변론을 위해 사례로 삼는 대상은 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저자 자신이 선천적으로 골형성부전증을 앓으며 평생 경험해온 삶의 영역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불편과 소외, 타인의 혐오를 겪어야 하는 장애인의 삶이야말로 차별과 낙인의 교집합이다. 그들이 마땅한 존중을 받으며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각기 다른 소수자성을 가진 개인의 삶 역시 그러할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개인의 삶에 대한 존중은 ‘잘못된 삶’이라는 낙인의 반대편에 정확히 위치한다. 존중은 한 개인을 자신의 삶을 써나가는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한 퍼포먼스에 타인을 동원하는 ‘품격주의적 태도’와는 궤가 다르다. 장애인 등 소수자의 삶을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로 취급하는 것과도 다르다. 이런 태도는 대상의 삶을 나 자신과 분리하는 ‘관조’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타인과 나의 삶이 연결될 기회를 없애 버린다.

우리는 어떻게 ‘잘못된 삶’으로 규정되어 ‘실격당한’ 사람들을 사회 속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존재 자체로 너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 치열하게 묻고 답해온 기록 그 자체이며, 현실적인 쟁점을 에둘러가지 않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과제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책은 그 길이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희망도 아울러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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