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 검시의학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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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 검시의학의 필요성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3.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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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이다북스
책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표지 이미지 / 사진 = 이다북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검시의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낯선 단어인가? 수사를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사망사건의 피해자의 몸을 부검하여 사인을 밝히는 의사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을 검시의라고 한다. 나는 이런 검시의를 CSI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의례적으로 의사라고 하면 살아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죽은자를 검사하는 의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해당 드라마에서 검시의들의 활약을 보면 슈퍼맨이 따로 없다. 죽은자의 상태를 보고 면밀히 조사하여 그가 언제 어떻게 어떤 요인으로 죽음에 이르렀는지 명쾌하게 밝혀내기 때문이다. 그들의 활약으로 자살이라 치부되던 사건이 살인사건이었다는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고 시신에 남은 증거를 통해 오리무중이었던 범인을 잡아내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검시의들은 억울하게 죽은 망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마지막 보루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실의 검시의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책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의 저자 강신몽 객원법의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수, 대한법의학회 회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친 '법의학의 대부'라 할 수 있으며 은퇴 후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객원법의관으로 활동하는 검시의이다. 그의 손을 거쳐간 시신만 하더라도 7000구가 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본 책을 통해 그가 실제로 겪었던 사례들을 예시로 들며 검시의로서 활동하며 겪었던 일들, 실수들, 꼭 명심해야 하는 부분 등 본인의 경험들을 쉽게 풀어내고 있는데, 비단 잔혹한 살인사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 실생활에서 죽음에 이르렀던 위험한 경우, 잘못된 상식으로 죽음에 이른 경우 등 평범한 사람들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까지 예시로 다루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책의 구성은 사건 사례 모음집에 가깝다. 목차에 따른 주제별로 그에 걸맞는 사건사례들을 쭉 풀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위험한 사례들을 통해 경고를 주기도 하고 잘못된 지식을 지적하기도 하며 검시의가 부검을 할 때 신경써야 하는 부분, 부검의 한계 등 검시의학의 현장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무시무시한 범죄자들의 끔찍한 살인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이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 사례도 적지 않다. 친구들과의 장난,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과한 음주, 신체적 장애에 의해 일어난 일, 부부싸움, 지인과의 언쟁으로 인한 몸싸움 등 살면서 충분히 겪을 만한 일들이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더불어 검시의가 활약할 범위와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마치 슈퍼맨과 같은 영상매체의 검시의들처럼 모든 사건의 진실을 척척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신의 부패 상태에 따라 검시의가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달라지기도 하고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담당경찰이 단순 자살로 처리하면 검시의가 부검을 하는 단계에 조차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검을 맡지 않은 사건에서는 검시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불어 타인의 외력에 의한 상처인지 지병에 의한 상처인지 혹은 외력에 인해 지병이 발병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원인불상으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으며 정황상 살인사건임이 의심되지만 부검 결과 타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면 자살이거나 지병에 의한 자연사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부검의는 경찰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책 내용 중 살아있는 사람에게 검시의학을 적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특히 여성이 가장 빈번히 상해를 입는 가정폭력 사건에서 검시의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보통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병원을 방문하였어도 계단에서 굴렀다거나 어떤 일을 하다 사물에 부딪쳤다는 등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처를 치료하는 임상의학을 전공한 의사는 알아챌 수 없는 폭행의 증거를 상처를 해석하는 검시의는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검시의학의 적용범위를 살아있는 사람에게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참신하면서 설득력이 충분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범의학을 살아있는 사람에게까지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생체법의학이라 칭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생체법의학을 적용한다면 가정폭력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학교폭력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밝히는 검시의학은 매우 중요하다. 죽음은 별나라 세계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든지 본인이든, 사랑하는 배우자이든, 알고 지내던 지인이든 반드시 죽음을 접하게 된다. 이에 죽음의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검시의학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검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억울한 죽음이 줄어들길 바라며, 대중매체를 통해 검시의를 접했지만 생소했던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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