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 - 우화(寓話)란 무엇일까?
상태바
[전문가 서평] ‘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 - 우화(寓話)란 무엇일까?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2.28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 ‘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 표지 이미지 / 사진 = 지식의날개
책 ‘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 표지 이미지 / 사진 = 지식의날개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현대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초로 하는 국가이다. 투표권과 사유재산의 행사가 너무나 당연하기에 개인의 이런 권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자유와 권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옛날 인간이 수렵과 채집을 통해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던 시절 이후 농경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 사유재산을 통해 계급사회가 수립되었다. 계급사회의 통치자인 권력자는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던 대지의 소유권을 주장하였고 땅 한 평 갖지 못한 피지배계급을 자신의 대지에 살게 하면서 농사를 시키고 그 소출을 가져가면서 원시적인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도가 등장하게 된다. 이후 부르주아로 대표되는 현대 자본가의 원형이 등장하여 기존의 자본권력을 가지고 있던 왕과 귀족의 힘을 갈라 갖으면서 새로운 자본권력으로 부상한다. 이후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을 필두로 한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투쟁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수렵사회 이후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잉여생산분이 생겨나고, 이것이 재산이 되면서부터 인간사회에는 자본이 등장한다. 자본은 농경이 시작하면서부터 함께해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은 자본을 가진 자본가로 하여금 더욱더 많은 자본을 갖도록 하는 욕망을 부추겼고 자본 없이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언제나 자본을 가진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는 대상이었다. 이는 비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고대 왕정사회에서부터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변치 않는 자본의 모습이었다. 자본으로부터 노동자가 보호를 받게 된 것은 자본의 역사에 비교하면 매우 짧은 시간일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연대를 하여 자본가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항상 옳은 선택만 한 것은 아니다. 어느 사회에서는 자신의 대표를 자본가로 뽑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본가의 이익만 대변할 인물을 노동자들이 선택한다는 현실은 아이러니 하지만 엄연히 현실에 일어나고 있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실현하기위해 자본은 여러가지 수단을 사용한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노동자들의 연대를 부정하며 자본의 착취를 가리고 노동자의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을 노동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노동투쟁을 하는 이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속여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시련은 자본이 조장하는 분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 발전을 통해 필요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생겨나는 실업 역시 주요한 안건이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등장하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량 실직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등장한 방적기 때문에 대량의 노동자들이 실업했던 것과 같은 일이 다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인구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삶은 자본에 착취를 당하고 그에 대항하는 것의 역사이다. 책 '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은 농경사회 이후 시작된 자본과 노동자가 대립하는 역사를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를 통해 비유로 소개하고 있다. '우화(寓話)는 동물이나 무정물의 의인화를 통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신비로운 설정으로 사회풍자 및 도덕적 교훈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꾸며된 짧은 이야기를 말한다.' 방송통신대학에서 여러 연령대의 학생을 교수하는 저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든 사람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자신의 특기인 '아재개그'를 중간중간에 써먹기에도 좋기 때문이라는 개인적인 이유도 밝혔다. 이야기 중간중간 피노키오의 제페토 할아버지를 패러디한 폭력적인 할아버지 '재팻또(재 또 사람을 팼대 의 준말)'나 자본가 역할의 여우들이 '차와 티'를 마시며 여유롭게 투표하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차와 티를 마시며 하는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일어난 탄광노동자 두더지들의 운동인 '차티좀 운동(영국의 차티즘 운동의 패러디)', 댐 건설 전문가 비버가 작성한 비버리지 보고서(윌리엄 베버리지의 베버리지 보고서 패러디) 등 저자의 아재개그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책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을 대체한 AI 기계가 생산한 이득을 국가 구성원들에게 나누는 기본소득제도, 호시탐탐 노동자를 착취하고자 하는 자본의 의도를 해석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하는 기관과 개인의 자금에 관계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대안은 확실하고 명백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사회복지학 교수로서 여러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대항하기 위해 시도하는 다양한 방법을 취합해 소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앞서 역사가 그러했듯이 자본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힘겨울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1999년 1만 달러 언저리에서 2006년 2만 달러를 지나 2018년 3만 달러를 돌파하였다. 수치만 보자면 선진국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평범한 노동자인 우리들의 삶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 할 수 있을까? 2019년 현재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무섭게 치고 올라왔던 멕시코를 재치고 다시 노동시간 1위, 노인빈곤율 1위, 신생아 출산률 OECD 꼴찌 등 많은 이들의 삶은 세계에서 최악을 달리고 있다. 분명히 사회에서 산출하는 생산은 늘었는데 어째서 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해 지는가. 더 두려운 것은 지금의 모습이 최악이 아닐수 있다는 것에 있다. 노동법 등 자본으로 보호받는 장치는 절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년간 노동운동의 피를 먹고 구축된 것이며 노동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순간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는 위태로운 장치이다. 잘못된 선택을 피하기 위해 노동 투쟁의 역사를 알아야 하며 그 입문으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문화재단, 예술가 활동비 우선 지급
  • [전문가 서평]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 검시의학의 필요성
  • 예스24 3월 1주 베스트셀러,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1위 등극
  • [오피니언] 책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와 함께 본 심리학 실천의 설득력
  • 황금시간 출판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걸스 라이크 어스’ 출간
  • [전이음의 책 톺아보기] ‘잘못된 삶’은 없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