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필즈-온 사이언스’ - 영화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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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필즈-온 사이언스’ - 영화와 과학
  • 정훈 문헌연구가
  • 승인 2020.02.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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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필즈-온 사이언스’ 표지 이미지 / 사진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책 ‘필즈-온 사이언스’ 표지 이미지 / 사진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정훈 칼럼니스트] 여러분은 과학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모르겠다. 학창시절 별을 보는 지구과학과 생명을 공부하는 생물 과목은 곧 잘 이해하고 좋아했지만 물리와 화학엔 영 잼병이었던 필자에게는 과학하면 여전히 물리와 화학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먼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과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과학자들 역시 평범함과는 동떨어진 별난 사람들 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매체에서 대변되는 괴짜 과학자라는 이미지와 본인이 과학과 전혀 가깝지 않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이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근래들어 대중에게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기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많이 포착되고 있다. 교양서적, 라디오, TV 예능프로그램, 팟캐스트,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 그 매체를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대중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대중에 친근한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에서 다루어지는 요소들을 통해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주로 접할 수 있는데 조숙경 교수의 '필즈-온 사이언스' 역시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과학자의 노력 중 하나이다.
  
저자는 과학자가 된 이후로 지금까지 과학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해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런던과학박물관의 출발과 물리과학의 대중화'라는 논문을 통해 국내 최초 과학문화전공 이학박사가 되었고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 위원실장, 대통령자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연구위원, 한국과학 창의재단 과학문화사업단장, 국립광주과학관 과학문화전시본부장 등 과학과 대중을 연결하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책 필즈-온 사이언스는 광주MBC 라디오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서 저자가 진행했던 코너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엮은 것이다.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내용 중 '킹스맨', '퐁네프의 연인', '스포트라이트', 미션 임파서블', '다빈치 코드', '히든 피겨스', '센렌디피티', '위대한 쇼맨', '아이 필 프리티' 등 9편의 영화를 선정하여 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내었다. 
 
9편의 영화 중 과학과 관련이 없는 영화가 있다는 것이 특이할 만 하다. 보통 영화를 매개로 과학을 설명하는 경우엔 '스타워즈' 나 '스타트랙'과 같은 SF영화나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 등과 같은 근미래 우주영화 등을 통해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 실제로 가능한지, 원리는 무엇인지,  앞으로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 말 그대로 '과학기술'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책에서는 과학기술과 특별히 관련 있지 않은 영화가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이 있어보이더라도 영화 내에서 눈에 띄는 과학적 도구 등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닌 경우가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영화 킹스맨의 등장인물 중 악역인 '리치몬드 발렌타인(새뮤얼 L. 잭슨 분)'은 작중 세계적인 IT기업 CEO이자 마치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품 발표에 열광하는 인기인으로 등장한다. 그는 '무료로(for free), 누구에게나(for everyone), 그리고 언제까지나(forever)'라는 슬로건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침을 전 세계에 배포하여 그 인기의 정점을 찍는데, 사실은 그 유심칩은 사람의 뇌를 조작하여 서로를 죽이게끔 하는 무시무시한 기능이 장착되어 있었다. 리치몬드 발렌타인은 그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으나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하자 모든 원인이 사람의 인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인구를 줄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이 무시무시한 계획은 거의 실행될 뻔 했지만 주인공 일행에 의해 저지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영화와 같은 일이 가능한지, 아직 부족하다면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그 원리는 무엇인지 등 기존의 관점이 아닌 영화상의 전 세계적 사태의 기반이 된 언제 어디에서나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국내 IT기술의 무시무시한 발전속도와 구축된 인프라에 비해 미비한 IT이용 문화와 규범, 스마트폰 중독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라는 킹스맨의 가장 유명한 대사를 인용하여 사람들의 일상을 해치는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해줄 IT문화의 필요성과 IT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적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화다. 이 영화를 다룬 이유는 영화의 주요 무대인 퐁네프 다리에서 마리 퀴리의 남편인 피에르 퀴리가 마차에 치여 숨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후 퀴리 부부가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생애를 간략히 짚고 부부가 된 이후 세운 과학적 업적에 대해 설명한다. 이것에 착안해 저자는 퀴리부부의 업적이 가능했던 이유로 남편인 피에르 퀴리는 마리 퀴리를 과학자로 이끌어준 결정적 존재였다는 사실과 마리 퀴리의 연구를 보고 자신의 평생연구의 방향을 바꿔 부인의 연구를 도운 피에르 퀴리의 일화를 통해 부부가 서로를 지탱하고 성장에 영감을 주는 동지였으며 상대방의 시선을 통해 나 홀로는 알지 못했을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 볼 렌즈였기 때문이었다는 사유를 이끌어 낸다. 
  
영화를 통해 과학기술의 원리와 현재의 수준, 그리고 미래의 전망 등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펼쳤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단지 과학이라는 학문과 기술의 측면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사의 맥락과 발전 과정 등을 짚고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인문학적 사유를 이끌어 내는 저자의 시도는 과학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다. 
 
과학이 대중에 다가가기 위한 일환으로 '쇼(show)가 되어 대중에게 보여지기(visible) 시작한 이른바 아이즈-온(eyes-on) 과학시대' 이후 실험과 관찰이 중요해지면서 직접 손으로 해보는 핸즈-온(hands-on) 시대를 지나 과학적인 기초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이해하는 마인즈-온(minds-on) 시대가 도래했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과학이 갖는 다양한 측면들을 인문·사회·문화·예술과 연관시켜 바라보면서 과학이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디자인해야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필즈-온(feels-on)의 개념을 제안한다. 이 책 필즈-온 사이언스는 저자의 필즈-온 개념에 기반하여 9가지 영화를 '과학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과학자의 시선으로 읽어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리하여 '과학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단서를 얻는다면 더 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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