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를 먹이고 키운 이름들, 책 ‘잊기 좋은 이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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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먹이고 키운 이름들, 책 ‘잊기 좋은 이름’과 함께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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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 #눈부신 순간
책 ‘잊기 좋은 이름’ 표지 이미지 / 사진 = 열림원
책 ‘잊기 좋은 이름’ 표지 이미지 / 사진 = 열림원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작가는 책을 읽을 때 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저자와 악수한 뒤 남은 손자국’ 같고, ‘아이스링크 얼음판에 새겨진 스케이트 날 자국’처럼 보이는 검은 선을 문장 아래에 남깁니다. 그 순간의 시간과 감정이 고여 드는 그 홈 자국은 작가에게 ‘고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현재와 과거, 자기와 남을 잇는 이 고랑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타인과 만나게 하기를, 작가는 소망합니다. 
 
17년차 소설가의 눈은 지금의 계절이 오기까지 지나온 주변의 사람과 풍경을 지긋이 응시합니다. 1부 ‘나를 부른 이름’에서는 부모님의 로맨스나 등단으로 동네에 현수막이 걸렸던 에피소드 등 주로 자기 자신과 가족과 얽힌 추억을 풀어냅니다. 2부 ‘너와 부른 이름’과 3부 ‘우릴 부른 이름들’에서는 동료 문인 등 소설가로서 관계 맺었던 대상들과 한 명의 시민으로서 경험한 사건의 자국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대상에 대한 시선과 태도에서 작가가 지속해온 작업의 원천을 엿볼 수 있습니다. 헌책의 10년 전 주인들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는 작가에게도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해란 타인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자신의 몸피를 가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그가 앞으로도 ‘바깥’에 오래오래 서서, 밖을 옆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 건져낸 문장 : 나를 키운 팔 할의 기대를 배반한 작은 이 할, 나는 그게 내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내 몸과 마음을 길러준 팔 할, 갈수록 뼈가 닳고 눈과 귀가 어두워져가는 그 팔 할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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