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회의와 비관의 우화, 책 ‘검은 이야기 사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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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회의와 비관의 우화, 책 ‘검은 이야기 사슬’과 함께
  • 전이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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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와_허무 #알레고리
책 ‘검은 이야기 사슬’ 표지 이미지 / 사진 = 문학과 지성사
책 ‘검은 이야기 사슬’ 표지 이미지 / 사진 = 문학과 지성사

[서평전문지_모먼트 = 전이음 칼럼니스트] 바다 위를 표류하는 망자들의 영원한 항해, 난쟁이에게 집을 뺏긴 남자, 사자에게 발끝에서 목까지 먹어치워지는 안락사.

소설 <검은 이야기 사슬>에는 기괴한 설정, 음울하고 쓸쓸한 장면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고독과 허무를 느끼는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악몽을 머리맡 노트에 기록해놓은 듯한 설정과 이미지들은 소설의 전체 제목과 잘 어울립니다. 내용과 형식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소설의 형태를 훌쩍 벗어난 작고 어두운 낱낱의 이야기들이 사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알레고리로 엮은 각 작품의 주인공들은 눈에 띄는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사회의 기성 질서에 녹아들지 못한 변두리의 인물입니다. 그들은 죽은 이후는 물론이고 살아있을 때조차 자신을 ‘유령’처럼 느끼곤 합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사진 = 픽사베이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국가와 가족 등으로 대표되는 근대적 질서와 정상성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작품 <카프카와의 대화>에서는 ‘조국, 고향, 가족’ 같이 사회구성원에게 당연시되는 가치에 대한 반감이 매우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당위적인 것에 대한 회의와 부정은 이 소설을 대표하는 키워드입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에서는 카프카의 입을 빌려 진정한 사랑이란 강요된 당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안개처럼 작품 곳곳에 내려앉은 허무와 비관은 결국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아닐까요.

- 건져낸 문장 : 평소에도 내가 좋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교도소장은 나의 등을 두드리며, 앞으로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말라고,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착하게 살라고 했다. 나 역시 그의 등을 두드리며 같은 얘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허용이 되지 않았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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